대추나무
제 자리 아닌 곳에
잘 못 일어나 구박받고
삐뚤게 자랐다
한 쪽으로만 자란 가지가
제 속을 긁던 어느 날
천둥 울리고
번개 치더니
두 조각이 났다
그제야 속의 불이 꺼졌다
재만 남은 사람들은
영험하다고 부적을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닌다
저 크게 못 생긴 나무
귀물이 되었다
새로 이사한 끄적당 앞에 과수원이 있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 나무들의 정체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고 했지요. 처음에는 사과나무인 줄 알았는데 그 이유는 정선이 사과 산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사과하면 대구 경북 지방이었지만 기온 변화로 인해 강원도가 더 적합한 곳이 되었거든요. 관에서도 보조금을 주면서 적극적으로 권장했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과수원은 사과나무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사과나무와 달라 보여서 시에서도 어떤 열매든 상관없다고 한 것입니다.
장렬 과수원
창을 여니 과수원이 있었다
늦가을이 재촉한 이사
이파리가 떨어진 저 나무들이
북풍보다도 얇은 몸뚱아리로
이 산중의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