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절극장
박정대
이절에 조그만 오두막을 짓기로 생각한 후
마음은 숭어처럼 뛴다
산다는 것은 뭔가 심장이 뛴다는 것이고
이제 나는 조금씩 살아가려나 보다
오두막 주변엔 자작나무로 울타리를 삼고
앞마당엔 라일락과 목련, 사과, 자두, 올리브나무
마당 끝엔 살구나무와 감나무, 로즈마리를 심어야지
은행나무는 정선초등학교에 700년 된 것이 있으니
따로 심지는 않을 거야
바람이 쓴 문장들을 새들이 물고 날아오르겠지
병풍처럼 둘러쳐진 앞산에는
밤이면 별빛들이 쏟아져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들을 상영하겠지
말년에 고려극장 야간수위를 했던 홍범도 장군처럼
나는 밤마다 이절극장 야간 수위가 되어
그리운 동무들을 맞이할 거야
이곳은 알마아타의 고려극장보다 더 먼 이절극장
빡빡한 삶의 일절은 삶 스스로 부르게 놔두고
나는 앞산 아래를 휘감고 흐르는
이절 강가 백사장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결의 북이나 두드리며
풀잎의 음악을 연주하리니
그대들은 이곳으로 와 노래하라
그대들이 꿈꾸던 삶이 바야흐로 펼쳐지는 이곳은
구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