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에 가면 군부대 앞에 가게가 있습니다. 춘천상회라는 상호를 달고 있지요.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주변에 인가는 없고 군부대만 있습니다. 가게는 생필품을 파는 마트 같은 곳인데 상품들은 누군가의 손이 탄 지 오래된 듯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도무지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닙니다. 이 가게의 주인은 팔순의 할머니와 구순의 할아버지입니다. 할머니는 아직 볼이 빨갛고 소녀처럼 웃는데, 할아버지는 정정한 것이 도무지 그 나이로는 보이지 않지요.
그곳에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은 두 대의 미싱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재봉틀이 바로 그 가게의 핵심이었지요. 그러니까 전쟁 직후 군부대 앞은 미군의 군복을 줄여 입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답니다. 그리고 군복에 명찰을 다는 일도 중요한 일이었지요. 원래 두 내외는 바로 그런 일을 주로 했다고 합니다. 일감이 쏟아져서 밤을 새워 작업하기가 일쑤였다더군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찾는 다른 물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