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 지 30여 년이 되어갑니다. 처음엔 시인이라는 무게에 눌려 살았지요.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 쓰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내 시를 누군가 보고 평가한다는 사실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어요. 시를 쓰면,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래도 자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듣기도 했지요. 괜찮은 잡지에 시를 발표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이름난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려면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지도 귀담아들었습니다. 사실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요령들이었지요. 1991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었을 때, 시를 지도해 주신 이건청 시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라. 원고 들고 잡지사나 출판사 기웃거리지 말고 정식으로 청탁이 와야 작품을 줘라.”
말 잘 듣는 제자였던 나는 그 말씀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등단 초창기엔 <현대문학> 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