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적 이력이 조금 복잡합니다. 정선에서 춘천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 아버지는 물론 좋은 대학 가라고 보내준 것이었지만 이른바 뺑뺑이를 돌려 강원고등학교란 작은 사립 학교에 떨어졌을 때부터 그런 계획은 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두 명의 소설가와 한 명의 시인이 버티고 있는 문예부가 유명한 곳이었으니까요.
책을 많이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노트에 써보긴 했어도 체계적인 문학 공부를 하지 못했던 저에게 그곳은 운명의 문이었습니다.
어쩌다 교지에 시를 발표했는데 그 시를 읽고 저를 호출한 최돈선 시인이 물었지요.
“누구 시를 베꼈니!”
그때나 지금이나 까칠했던 저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전유노요”
3학년이 되어 대학으로 가는 진학 상담을 담임과 할 때였습니다. 그때 담임은 제 점수를 보더니 문과로는 한양대,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등을 갈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시 쓴답시고 3학년을 날려버린 놈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국어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