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시간부터 봅니다. 출근하는 자도 아닌데 시간은 늘 나를 묶어둡니다. 항상 그랬지요. 학교 가는 시간에 쫓기다가 시험 시간에 시달리고 출근 시간이 목을 맸습니다. 월세를 내는 날은 금방 다가오고 카드값을 내야 하는 날도 한 달에 한 번씩 괴롭히지요. 먼 곳에 부고가 뜨면 발인 시간 내에 도착해야 하고, 빠지면 안 되는 모임은 항상 시간이 겹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을 시간을 기다리며 초조해합니다.
짐을 정리하다가 작은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열어보니 손목시계가 있더군요. 일제로 기억되는 이 상표는 한때 고급시계로 알려졌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이 상표의 시계를 물려받아 소중히 차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사라지더니 싸구려로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 팔렸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싼 맛에 그 시계를 덥석 샀지요. 보기에는 멀쩡합니다. 디자인도 좋고 착용감도 좋습니다. 팔이 흔들리면 저절로 태엽이 감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