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장열 2리로 이사 온 후 첫 시를 써서 레터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미발표 신작이지요.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 시를 다시 손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인이라 해도 한 번에 쓴 시는 다 고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일필휘지로 써서 발표하는 시인은 천재지요. 이태백이나 랭보쯤 될까요.
저의 시 쓰기는 지루한 고치기입니다. 고치고 고치다 보면 처음에 썼던 시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 방치한다면 시는 죽고 말 것입니다.
다른 시인들은 자기 시를 잘 외웁디다만 저는 외우는 제 시가 거의 없습니다.
하도 많이 고쳐서 헛갈리니까요.
초고는 이랬지요.
장열 2리 과수원
창을 여니 과수원이 있었다
늦가을이 재촉한 이사
창밖은 나중에 보았다
이파리가 떨어진 저 나무들이
북풍보다도 얇은 몸뚱아리로
이 산중의 추위를 견딜지
와보지 않은 친구들은 사과나무라 했다
옥수수나 감자를 심던 밭에
지원금이 나온다 했다
나무와 풀의 이름을 모르고 산 평생
집세를 내는 날이면 추운 뿌리가
고스란히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