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사
눈이 아직 오지 않은 가문 겨울
한 해 끝자락에 뭔가 남은 기분이면
당신의 제삿날입니다
휴일도 아닌 시골 저녁
멀리서 자식들이 모여 듭니다
빠지면 안 되는 어금니
당신보다 늙은 장남은 요양병원에 있고
어느덧 장 손자가 중년이 됐네요
어깨 넓은 증손자가 수저를 놓습니다
먼저 간 아들은 잘 데리고 계신가요
촛불에 일렁이는 등어리들이
모두 당신입니다
이른 출타에 미처 준비를 못했던
막내는 그때 학생이었지요
계모는 집에서 나가라 하더군요
창문 밖에서 삽살개가 짖는 걸 보니
오셨나 봅니다
오늘밤엔 눈이 내리겠네요
당신을 닮은 서늘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넷째 형이 제사 지내러 안 오냐고 전화하더군요. 그렇군요. 오늘이 아버지 제삿날이었습니다. 먼 곳에서 살 때는 다른 일을 핑계 삼아 빠지기도 했지만, 이제 고향에 방을 만들었으니 그런 핑계도 댈 수 없습니다.
큰누나는 치매로 요양원에 있고 제사를 주관할 큰 형도 교통사고로 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