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열 2리 과수원
창을 여니 과수원이 있었다
늦가을이 재촉한 이사
창밖은 나중에 보았다
이파리가 떨어진 저 나무들이
북풍보다도 얇은 몸뚱아리로
이 산중의 추위를 견딜지
와보지 않은 친구들은 사과나무라 했다
옥수수나 감자를 심던 밭에
지원금이 나온다 했다
나무와 풀의 이름을 모르고 산 평생
집세를 내는 날이면 추운 뿌리가
고스란히 폐 속으로 들어왔다
땅 밑까지 얼리는 겨울 속에서
때로 폭설에 길도 끊기면서
우리는 겨울을 보낼 것이다
어떻게 봄까지 살아남아서
조촐한 잎을 내고
무언가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
열매는 나무의 소관이 아니다
겨울에 뿌리를 간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잘 사는 것이다
여름오고 가을 오고
이파리 무성한 세월은 다른 사람의 몫
어떤 과일도 아쉽지 않다
이제 짐을 어느 정도 풀었습니다. 혼자 이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한 선택이니 끙끙거리며 할 수 밖에요. 이 집의 좋은 점은 창이 많고 볕이 잘 드는 데 있습니다. 그전에 살던 집이 종일 해가 들지 않는 곳이다 화초를 키우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