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나이 먹었다는 것이 확인된 건 밤 시력 때문이었습니다. 시력은 원래 나빴지만, 밤눈은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자연스레 밤 운전도 피하게 됐습니다. 사실 운전도 그렇습니다. 처음 면허를 땄을 땐 그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게 신나서 종일 차를 몰아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제 차를 처음 소유하게 되었을 때, 아직 초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태우고 서울에서 정선까지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애초 계획한 일정도 아니었지요. 그냥 주말에 드라이브나 할까? 하고 나온 것이 정신 차리고 보니 고속도로를 타고 있더군요.
늦게 출발해 고속도로에서 날아 저물었습니다. 밤이 되자 안개가 깔렸습니다. 면허를 딴 이후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했습니다. 주로 서울과 위성도시를 오가는 도로였죠. 강원도의 밤길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구부러진 고갯길이 무슨 게임 속의 코스처럼 연달아 이어지는데 급정거를 하며 멈춰서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옆자리의 아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