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기 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일찍 짐을 싸고 나가서 다음 입주자가 들어올 때까지 십여 일 여유가 있었거든요
이사 갈 집은 다른 동네에 있어서 이곳에서 볼 일이 남은 저는 간단한 침구와 먹을 것만 들고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제가 설정한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문을 열 때부터 기분이 묘했습니다. 분명 몇년을 산 곳인데 무척 낯설었거든요.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켜니 그 느낌이 더욱 커지더군요. 텅 빈 벽과 바닥.
깨끗이 치워진 그곳에 내가 살았던 흔적은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도 슬프더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떠나면 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셋방이 이 세계가 아닐까?
이 집의 주인은 먼 도시에 삽니다. 저는 그의 계좌로 월세만 부치지요. 계약서는 부동산 중개인이 만들고 목도장도 그가 찍었습니다.
혹시 수리할 부분이 생기면 내가 먼저 고치고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냅니다. 다음 달 월세에서 제하고 보내지요.
건물주는 조물주보다 위라더니 그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