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시집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출판사는 젊은 시인이 하는 곳이어서 표지나 제목 등이 신선하다는 평을 받는 곳이었지요. 그래서 저도 그 덕을 보고자 한 권의 시집에 들어가는 원고보다 더 많은 시를 주고 알아서 시를 고르고 빼라고 하였습니다. 즉 편집권을 준 것이지요. 그리고 1부 2부 나누는 것도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시집을 낼 때마다 최고 고민은 제목이기에 제목도 골라보라며 제가 여러 개의 제목 후보를 줬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제목은 ‘봄비의 무게’였습니다. 시도 괜찮고 제목으로도 나쁘지 않다 싶었지요. 그런데 그들이 정한 제목은 제가 보낸 제목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이 도무지 입에 붙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정한 제목은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 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쓴 시에 들어있는 구절이었지만 영 말을 하다 만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