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을 대하는 자세
고향에 오랜만에 한 달 머무르면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술자리도 멤버를 따지고 격식을 차리지만 나이 드니 그저 친구 집에서 커다란 냄비에 돼지고기 두루치기 해놓고 속옷 바람으로 모여 앉아 마십니다.
소주 몇 순배 돌아가자 푸른 피가 몸속에 돌기 시작하면서 시간에 막혔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를 툭 치며 장난을 걸어봅니다.
“너 옛날에 누구 좋아했었지?” 머슴아들의 얘기에 여자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게다가 누구나 좋아했던 소녀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친구가 그저 잔을 들어 비웁니다.
“근데 사실, 니들은 몰랐겠지만 내가 걔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
약간 과장은 들어갔지만, 방학 때 집에 오면 몇 번 만난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위기 뭡니까? 갑자기 조용해지더군요.
“우리도 다 알고 있었다.”
하긴 그 조그마한 동네에서 비밀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옆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