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의 단단한 속살
가마우지
이건청
이강* 유람선에서 보니
어부들이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가마우지 목을 끈으로 묶고
물고기를 잡게 했는데,
가마우지가 물 속으로 헤엄쳐 가
물고기를 잡아오면
목이 묶여 삼키지 못한
큰 물고기는 빼앗고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던져주는 것이었다.
아침 출근 시간,
도시 지하철 환승역에서 보니
사람들이 밀려가고
또 밀려오고 있었는데
저마다, 넥타이나 머플러로
목을 감고 있었다.
출근 길, 도심의 지하철에도,
에스컬레이터에도
목을 묶인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었는데
큰 먹이는 빼앗기고
작은 먹이만 받아먹고 사는
도시의 가마우지들이
밥벌이 자리에 먼저 가 앉으려고
필사적으로 인파 속을 헤쳐가고 있었다.
*이강(리江) : 중국 구이린(桂林) 양숴(陽朔) 근처를 흘러가는 강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시의 스승이신 이건청 시인께서 시전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런 행사에는 제자가 약력을 읽는 것이라 해 안 갈 수 없었지요. 팔순 잔치를 겸한 이 자리는 사회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