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의 중요한 기법으로 ‘낯설게 하기’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학자이자 형식주의자인 빅토르 시클롭스키가 개념화했는데, 그는 사람들이 매일 마주치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보다 새롭고 낯선 대상으로부터 미학적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일상적이고 익숙한 사물이나 관념을 낯설게 하여 전혀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마르셀 뒤샹은 미술 전시회에 변기를 가져다 놓고 ‘샘’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변기가 미술 작품이 되어 샘이란 이름으로 전시됐을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8월에 저는 서울 연희 창작촌에 있었고 9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은 정선에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이유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충동을 느끼기 위함입니다.
지금 저의 주소지인 춘천의 월세방도 이제 2년이 되어 갑니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심드렁해졌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심드렁’은 독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