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 우리는
화전민으로 살았네
쌀 구경은 제사 때나 하고
감자 먹으며 살았지
널린 건 삼베 밭이라
사철 검은 베옷을 입었네
사람 머릿수보다 산봉우리가 많고
조양강이 없으면 목마른 마을
밖에선 딱하다 혀를 찼지만
안에선 사계절 행복했네
비단옷은 못 입어도 부럽지 않고
쌀밥은 못 먹어도 굶진 않았네
산이고 들이고 강이고
몸만 부지런하면 먹을 게 천지였으니
환곡으로 이자놀이하는 자들과
군포 내놓으라 닦달하는 자들은 모르네
가만 놔두면 잘 사는 사람들
가슴에 불 지르지만 않으면 되는 사람들
구구절절 아라리 부르며 견디는 것을
부귀영화는 서울이나 가지고
우리는 그저 가만 두기만 하라니
백 년 전 정선 군수로 온 오횡묵이란 지방관이 일 년 반 동안 군수로 일하면서 일기를 쓴 것이 있습니다. <정선총쇄록>이란 문서인데요. 비록 그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기록들은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지방의 대소사를 꼼꼼하게 기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