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둔 동굴
불 옆에서 사슴을 구으며 너에게 물었지
내일은 호랑이를 잡아 줄까
이만 오천 년 전
우리 동굴은 높고 넓어
지금보다 별이 많이 보이던 밤이었지만
네 눈동자에 일렁이는 불꽃보다 밝지 않았네
곰의 뼈를 갈아 작살을 만들면서
내일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겠다 했지만
그물을 빠져나가는 눈치처럼
너는 항상 팔보다 멀리 있더군
마음은 강 따라 멀리 내려간 뒤였네
일만 오천 년 동안 짝사랑이었지
이제 동굴은 묘지가 되고
가족들을 차례차례 묻었지만
고인돌 위로 뜨는 삼천 년 전 달을
여전히 혼자 바라보았네
이제 낙동리에는 가수리 가는 길이 닦이고
우리가 어름치 잡던 강은 지장천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기다리네
우리들의 집 매둔 동굴에서
너와 함께 불을 지필 날을
밤하늘의 별보다 반짝이던 네 눈동자를
매둔이라는 말은 큰 굴을 뜻합니다. 정선 낙동리 매둔동굴 유적은 2016년부터 연세대학교에서 발굴하였는데 고한에서 내려오는 지장천이 흘러 조금 더 가면 동강과 합류하는 곳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의 수직 동굴로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