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에 다른 이의 이름이 붙는 경우
백양다방
- 김종환에게
쓴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은 있겠지
쌀쌀맞던 첫사랑도
언제나 몰아붙이는 불행도
설탕 타고 프림 풀고
몇 번 휘저을 여유는 있겠지
바쁜 척 커피 값을 내고 사라지는
옛날 사람들
아무것도 못 보고
어떤 말도 기억하지 않는
마담의 무표정한 손금고처럼
인생은 그저 멀뚱한 백양나무 한 그루
차 한잔 마실 시간은 있겠지
장꾼들도 사라지는 저물녘
하나도 팔지 못하고
하나도 사지 못해도
강물이 대처로 흘러가는 걸 보다가
제자리걸음이나 하는
이 몸은 도대체 누가 불렀던 아라리 한 소절일까
정선에 가면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육십 년이 넘은 상가지요. 그곳은 백양다방이란 간판을 단 찻집이 있습니다. 더하고 덜할 것 없는 시골 다방입니다. 이 다방 역시 저보다 오래됐습니다. 코흘리개인 제가 학교를 오가면서 본 모습 그대로입니다. 저희 집은 이 다방 건너편이었으니까요.
아버지가 단골이었고 세월이 흐른 뒤 형이 단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합법적으로 다방을 드나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