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개
소나기 내리는 벌판에
희미한 짐승이 오고 있었다
인가 없는 길에
긴 꼬리 흔드는 개가 보였다
오랜만인데
왜 아는 척하지 않냐는 듯
목줄도 없는 개는
집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어서 나오라 짖었다
개가 집에 들어오는 것 보다
내가 나가는 게 쉬웠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우는 동안
나는 늙어가고
하얀 개는 앞장 서 달려갔다
가끔 따라오는지 돌아보며
소나기 내리는 벌판을 지나
붉은 물이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장마가 끝났습니다. 이곳은 큰비는 오지 않고 아침이면 먹구름이 껴 변죽만 울리고 살짝 가랑비나 뿌렸습니다. 다른 곳에는 많은 비로 피해가 많다는데 비를 보는 게 취미인 저는 그다지 비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비가 와도 한밤에 내려 잠이 들어 있었거든요.
어제는 춘천에서 살던 하얀 개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정선으로 왔습니다. 목사인 제 친구가 있는 시골 교회가 집이 됐지요. 친구도 부인도 개를 좋아하니 잘 살 겁니다.
개에게 좋은 일은 한 것 같아 목사에게 선업을 쌓았다 말하고 나니 그게 불교 용어네요. 뭐 저도 목사에게 말한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