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황제를 위하여
황제가 죽었다
그는 이미 지어놓은 무덤이 있었다
도굴을 막으려고
성을 둘러친 요새였다
그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후궁과 술만 마셨다
중간에 내시들이 황명을 대신 전했다
평생 사랑한 여인과 묻히고 싶었지만
신하들은 그녀를 따로 묻었다
후궁이 황제를 망쳤다고 믿는
황제의 성은을 듬뽁 받은 신하들은
아무도 따라 죽지 않았다
두꺼운 관이 열렸을 때
황제는 비단과 황금에 쌓여
뭉개진 얼굴이 추했다
썩지 않은 부장품들만
박물관에서 반짝였다
대신들은 곡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황제 문제로 싸우고
하루하루 사는 게 전부인
백성들은 세금에 휘청거렸다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게 다행이었다
이건 풍자시가 아닙니다. 중국 명의 만리제 이야기입니다. 명 황제 중 가장 오래 황제를 했지만 정사에는 관심이 없고 사랑하는 후궁과 술만 마시다 죽었답니다. 황제가 신하를 만나지 않자 내시가 대신 중간에서 황제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확인이 안 되니 제 맘대로였겠지요.
저는 역사를 전공한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