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
이파리 몇 장만 물에 담가도
햇빛 없는 화장실에서도
너는 산다 창백한 잎으로
내일이 기약 없으니
흙도 화분도 사치
하루를 견딜 뿐이다
가끔 전등이 켜졌다 꺼지고
창문이 열리면 바람에 뺨을 대면서
간신히 견디는 윤호야
조금만 더 버티면
어느 날 꽃도 핀단다
대단치는 않지만
별을 닮은 시들이 쓰여진단다
강릉에 납치됐다 돌아올 때,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지요. 저는 어려서 유난히 멀미를 많이 했습니다. 버스를 타도 기차를 타도 멀미를 했지요. 이번에도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랜만에 멀미를 했습니다. 강릉에서 정선으로 넘어오는 삽당령에서 맛이 가더군요.
중간인 여량에서 내려 구토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마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있었던 아픈 기억이 버스를 타면 소환되는 것 같습니다. 속으로 저를 욕했습니다. 이제 환갑인데 참 약한 놈이로구나.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도 멀미를 했습니다. 침대에서도 멀미를 하다니 이제 이 세상을 사는 게 힘겨워진 이유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