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돌아온 다음 날입니다. 한 달간 비운 집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 수도에서 약간 녹물이 나왔고 작은 선인장이 죽었네요.
창을 열고 잤다가 추워서 깼습니다. 추워서 깨다니 오랜만이네요. 여름을 지나서 가을에 돌아온 것이 느껴집니다.
김치를 꺼내고 라면을 끓여서 이소라 음악을 틀어놓고 밥을 먹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첫 끼는 먹지요.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한 약들을 빈속에 먹을 수 없으니까요. <난 행복해>로 시작해 <제발>로 이어질 때 식사가 끝났습니다. 식탁을 치우고 바로 설거지를 합니다. 쌓아두면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아니까요.
월말이 가까운지라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청구서를 챙기는데 8만 원짜리 교통 위반 범칙금이 있네요. 저번에 정선 다녀올 때 평창쯤에서 위반한 모양입니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고향인 정선에서는 그런 적이 없는데 평창에서는 여러 번 찍혔습니다. 그렇다고 유독 평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