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어제 네가 사는 동네를 갔었지. 늦은 밤, 너희 집 불이 다 꺼진 것을 보고 담 밑까지 갔지. 아직 다음 날로 넘어가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네가 일찍 잠든 걸 보니 적이 안심되더군. 넌 잠을 잘 자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얼굴에 다 나타나거든. 네 방 아래 가로등은 여전히 꺼져 있더군. 수리해달라고 하지 않는 거니? 덕분에 이렇게 서성여도 되지만 아무래도 걱정은 되네.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고생한다던데 나는 그게 걱정이야. 뭐든 덤벼들면 끝장을 보는 네 성격이 너를 다치게 할까 봐. 사실 그 일이란 게 꼭 네가 아니어도 되고, 지나가면 고생한 사람은 잊혀지는 허망한 것인데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