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으로 당신이 처음 들어온 날은 아마 2020년 안성에 있는 조병화 문학관에서 상을 받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빨간 구두에 푸른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볼우물에 햇볕을 가득 담고 내 앞에 앉아 있었지요. 분홍 꽃다발을 안고 있었는데 그날 수상자가 나 말고 해외에서 온 여성 시인이 한 분 더 계셨기에 아마 그분을 축하해주러 온 것이라 짐작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제게 꽃다발을 주더군요.
멀리 하동에서부터 저를 축하해주러 온 시인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기뻤던 생각이 납니다. 사실, 저는 그간 많은 시간을 시를 발표해왔지만 이런 적은 별로 없어서 ‘내 독자는 참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부류인가 보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날 내 이름이 박힌 소주잔 세트도 선물로 받았는데 아직까지 잘 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