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문학지 시와 경계에서 청탁이 왔습니다. 시인의 편지라는 코너인데 상대방이 편지를 보내면 지목당한 이가 답장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배 시인이 제게 편지를 보냈더군요. 빼도 박도 못하고 답장을 써 보내야 합니다. 후배 시인이 공개적으로 제게 보낸 편지를 먼저 보여드립니다. 이미 봄호에 실렸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보았겠지요. 다음 레터엔 여름호에 실릴 제 답장을 올려드리지요. 그런데 아직 못 썼습니다. 차라리 시를 열 편 쓰라 하는 게 더 쉽겠네요.
시인의 편지
저는 깊은 슬픔을 팔고 있습니다
- 전윤호 선배님께 보내는 편지
석민재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울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보냈습니다. 비 옵니다. 비 묻은 것의 소리가 길 앞을 지나갑니다. 어제 들은 노래를 오늘도 듣습니다. 저는 느리고 모르는 것이 많아 반복을 좋아합니다. 거기도 비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