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가 많이 왔습니다. 물난리도 났지요. 비나 바람은 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남들이 다 쓰는 것입니다. 한때 레드 오션, 블루 오션이란 말이 유행했지요. 수많은 사람이 경쟁하는 시장이 레드 오션이고 그런 경쟁자가 없는 바다가 블루 오션입니다. 그래서 시장성으로 볼 때 블루오션이 좋다는 것이지요.
시는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역사입니다. 글자가 없었을 때부터 존재해왔지요. 그러니 비에 관해서 쓴 인류는 얼마나 많을까요? 우리는 동서고금이란 한자어를 씁니다. 동서는 사방이란 뜻이고 고금은 옛날부터 지금까지란 말입니다.
우리가 비에 대해 시를 쓴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들과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쓰는 겁니다. 정말 붉은 바다이지요. 그래서 릴케는 후배에게 시를 시작할 때 사랑 시는 쓰지 말라 했습니다. 써봤자 이미 발표된 명작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