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푸른 별밤이 그려진 잡지 위에서
손톱을 깎았다
유목민의 휘어진 칼들이 번뜩이고
아픔이 붉은 깃발을 들고 달리기도 했다
평생을 해도 서툰 짓
다 치운 줄 알았는데 손톱 하나가 남아
쓸어보니
별밤에 뜬 초승달이었다
입춘입니다. 아직 겨울 외투를 벗지 못하지만, 뺨에 닿는 바람이 차갑지 않습니다. 이번 입춘은 춘천에서 만났습니다. 지난겨울 너무 춥고 난방비 폭탄도 맞아서 부랴부랴 춘천으로 피난 왔지요. 춥기로 전국에서 제일간다는 춘천인지라 ‘춘베리아’라고 불리는데 이곳으로 피한을 왔으니 아이러니합니다. 그러니까 추위는 역시 비용의 문제인 듯합니다.
외곽으로 나가보니 나무들이 푸르스름한 가지를 달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봄의 기운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더군요. 이제 저의 동면은 끝이 났습니다. 홀쭉해진 배를 움켜쥐고 말과 생각들을 사냥해야겠지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시인입니다. 기분 전환한다고 샤워를 하고 손톱을 깎았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한 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