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가까워졌습니다. 당신도 고향으로 가겠군요. 예전엔 고향으로 가려면 표를 예매하기 위해 역 앞 광장에서 줄을 서야 했습니다. 밤을 새우기도 했지요. 먹고살기 위해 야근까지 하던 시절에 뭐 그리도 중요한 일이라고 사람들은 설에는 꼭 귀향해야 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에서는 지역별로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지요. 설에 내려갔던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랬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공장 직원은 아니었으나 강원도 남부 쪽으로 가는 버스 빈자리가 있어서 한 번은 타고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산직 사원이라 부르는 젊은 여자들이 온갖 화사한 치장을 하고 탄 그 버스는 말 그대로 귀향버스였고 마침내 집으로 간다는 행복감에 웃고 떠드는, 아직은 어리기까지 한 여인들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기억하는 당신도 바로 그 버스 같습니다. 내게 당신은 항상 귀향버스 같았으니까요.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