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있다. 장소는 지하철 휴게소의 공중화장실이 적당하다. 원래는 본인 집의 장소였지만 시를 위해서 바꿨다. 시는 다큐가 아니다. 시를 위해서 이런 조절은 필수적이다. 사실주의 화가처럼 영감이 떠오른 장소를 그대로 고집하는 건 시에선 하수다. 시는 리얼리즘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의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깝겠는가?
이상하게 벽에 걸린 두루마리 화장지가 눈에 들어온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는 그 물체는 그냥 사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