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꿈은 가수였습니다. 기타 하나 메고 세상을 떠돌며 자리만 있으면 노래판을 벌이고 그날 쓸 돈 정도나 버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강원도 산골이라 기타를 배울 곳도 없었고 노래를 배울 곳도 없었습니다. 물론 밥 딜런이나 레너드 코헨을 보면 반드시 노래를 잘해야 음유시인이 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를 춘천으로 진학해 문예반이 되기 전까지 시를 어찌 쓰는지도 몰랐으니 말이지요.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에 영국 사람 ‘제프 벡’이 있습니다. 야드 버즈 같은 인기 그룹에서 기타를 연주했지만,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아서 청중들에게 등을 돌리고 연주했다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몇 번의 그룹 생활을 하다가 솔로로 나갔습니다. 그런 그의 앨범 중에서 자기 키만 한 기타를 메고 어딘가로 가는 고독한 사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장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