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달력을 보았다. 눈이 오는 1월이었다.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밀고 들어오는 한기는 여전한데 봄 호에 실릴 원고 청탁이 왔다. 일 년에 네 번 나오는 계간지는 한 계절씩 앞서 청탁이 들어온다. 이상할 것도 없다. 패션도 항상 한 계절을 앞서가니까.
때로 ‘난 이 겨울이 마지막일 거야’하고 우울감에 빠지는 그이지만, 이렇게 아직 오지 않은 봄에 대해 미리 시를 쓰는 일도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12월 30일이 지상의 종말입니다.’라고 저잣거리를 떠들고 다니다가, 정작 그날이 지나가면 ‘신께서 조금 더 시간을 주시기로 했답니다.’라고 수정하는 종말론 자처럼 그는 열심히 봄에 대한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