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한 권 배달됐습니다. 정확하게는 시집인데요. 택배가 아니라 소포로 왔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1,188쪽이네요. 정가는 5만 원입니다. 우리가 보통 두꺼운 책을 말할 때 벽돌 같다고 하는데 이 시집이 딱입니다.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표지는 청, 고은 이라고만 써있습니다. 안에 들어가 서문을 읽어보면 이게 심청을 그린 서사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편의 서사시가 1,200여 쪽인 것이지요.
사실 전에도 백두산이라는 서사 시집을 낸 적 있는데 그 역시 열 권의 단행본이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일 년여에 걸쳐 정선뗏목아리랑이라는 서사시를 썼습니다만 그때도 참고할 만한 서사시가 드물어 백두산을 보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한 여름 더위 속에서 시를 쓰면서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은 시인은 열 권도 쓰는데 한 권짜리로 쩔쩔매지 말자!
물론 이 시집은 일 년에 쓴 건 아닙니다. 이십여 년 전에 만났을 때도 심청에 관해 쓰고 싶다고 말했으니 준비와 집필에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