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겠지만 소싯적에 클래식 기타를 쳤습니다. 독학으로 로망스, 러브 스토리, 태양은 가득히, 라라의 테마를 연주했지요. 대학 들어가서도 클래식 기타 반에 들어갔습니다. 여성이 많아서 남자인 저를 잡으려고 꽤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뒤 기타를 잡지 않았네요. 금지된 장난은 하이 코드를 잡으며 연주하기 때문에 정석으로 치기 어려운데 제가 그걸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 앞에서 많이 들려주었지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40년 만에 간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누군가 저를 기타리스트로 기억하더군요.
물론 제가 시를 썼다는 기억은 누구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동문회에서도 누가 그러더군요. “너 학교 다닐 때도 시를 썼니?”
사실 시를 쓰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이고 당시는 매일 최루탄 냄새 맡으며 시국을 개탄하던 때라 제가 쓰는 서정시는 관심 밖의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친하지 않으면 제가 시를 쓴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