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대학 동기 상빈이는
별명이 빈대였지만
얼굴은 희고 입술은 붉어
여자로 보이기도 했지
군인들이 대통령하던 난세
진짜 남자로 만든답시고
담배 가르치고 술 먹이고
침 뱉으며 욕도 하게 했지
유인물이 벗꽃처럼 날리던 봄날
교수는 복도에 앉은 사복경찰이 두렵고
시험 거부 외치던 우리는
옆에서 박수치던 동기도 믿지 못했네
너희 엄마 조문하러 모였을 때
수상한 사업가가 된 왕년의 투사들이
그래도 박근혜가 낫지 하며
귓속말로 선거 운동하더군
미안하다 친구야
사실은 우리가 빈대였구나
길길이 뛰며 잘난 척 해도
세상에 피나 빠는 해충들 이었구나
세상에 창궐하는 저 흡혈충들
문득 등이 가렵거든
주소록을 지워버리렴
빈대는 배워도 빈대란다
여기 두 개의 사진이 있습니다. 하나는 2023년 12월에 모인 동국대 사학과 모임입니다. 동국대 사학과는 총원 30명이었는데 전두환 시절 졸업정원제라 하여 9명을 추가 합격시켜 39명이었지요. 또 한 장은 1985년 춘천으로 엠티를 가 찍은 사진입니다. 거의 40년의 차이가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