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 오네
베개도 젖었는데
눈은 안 오고
가을은 떠나고
거울만 남았는데
보이는 건 어제 도망치던 꿈
이 집은 떠내려가
조금씩 잠기는데
아무리 달아나도
더 갈 데는 없다고
수배 전단처럼
그는 눈을 뜨지 않아도 밖에 비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때로 비는 고장난 몸으로도 내린다. 욱신거리는 온몸이 눈을 대신하는 것이다. 벌써 쫓긴 세월이 얼마던가. 잡힐 뻔한 위기 속에서 몸을 함부로 굴려 탈출하던 장면들이 주르륵 지나갔다.
그는 억울했다. 자신과 관련 없는 죄로 벌을 받을 순 없었다. 아무리 이 나라가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국가라고는 하지만, 주변의 많은 지인이 이유도 없이 잡혀가 사라지기도 했으나 그는 도저히 그렇게 될 순 없었다. 그래서 끊임없는 도주의 시간을 선택했던 것이다.
검찰로 평생을 산 사내가 이 나라의 왕이 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그는 명패는 대통령이었지만 실제는 왕관을 쓰고 있었다. 곧 나라는 검찰들이 장악했다. 언론도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