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까마귀가 오지 않았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
전신줄에 앉아 바라보더니
오늘은 오지 않았다
새가 울지 않아서
아침이 떠밀려갔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바쁜 목숨이어서
낭비하는 시간이 없으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종일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전화도 울리지 않았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 같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
밤이 와도 창을 조금 열어둔다
내일은 까마귀가 울기 전에
깨어있어야겠다
그냥 오는 하루는 없으니
잠들기 전에
꿈이라도 꿔야겠다
그가 아침에 까마귀를 보게 된 건 얼마 전부터였다. 악몽에 시달리느라 빨간 눈으로 환기라도 하려 창을 열면, 건너편 전깃줄에 까마귀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까마귀는 정확하게 그의 창을 보고 있어서 둘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에는 우연일 줄 알았는데 몇 번 되풀이 되니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놈은 아침마다 그를 보기 위해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근방의 새 중에서 까마귀는 덩치가 큰 편에 속했다. 가까운 곳에 강이 있으니, 그곳이 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