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애완 동물
그가 첫 번째로 키웠던 우울이 집을 나갔지만 슬퍼할 새도 없이 침묵이 찾아 들어왔다. 오라고 한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사지도 않았으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그나저나 우울은 왜 그를 떠난 것일까. 더 깊은 우울과 발정이 났을까? 아니면 이제는 너무 무기력해져 더이상 우울할 힘도 없는 주인이 싫어진 걸까.
아무튼 우울에게 잘해준 것도 없고 비용을 들인 적도 없으니 굳이 찾아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침묵은 당연하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물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으므로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하다못해 배고프다고 옆으로 와서 앵앵대지도 않으니 이런 행운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애완동물 때문에 큰 비용을 쓴다고 한숨짓던 지인들도 많이 보았으니까.
그의 추측으로는 놈은 그의 말을 먹고 산다. 침묵이 들어온 후로 점점 더 말이 줄어들더니, 먹고 사는 일 때문에 하는 말을 빼면 이제는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둘은 찬밥 덩이처럼 의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