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
고라고 부르는 작은 독벌레가 있다. 독에 능한 자가 모르는 사이 상대의 몸속에 심는다.
기미도 없이 가슴 깊이 파고드는 벌레. 심은 자는 기다린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깊어지기를.
때가 되면 고는 꿈틀거리며 가슴을 헤집는다. 세상 고통 중에 가장 아프다 한다.
고독에 중독된 자들은 안다. 소멸할 때까지 헤어날 수 없음을.
내 속엔 도대체 몇 종류의 벌레들이 숨어 있는 걸까.
오늘도 밤거리 눈자위 거무죽죽한 중독자들 하염없이 걷고 있다.
통증을 참으며 소주를 마시고, 내일이면 잊어버릴 긴 통화를 하면서.
이 가을은 외로운 노예들이 건설했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길을 걸으며 그는 다시 통증을 느낀다. 가을이 오면 찾아오는 지병이다. 그에게 이별은 너무 익숙했던 버릇이어서 몇 번이나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그중 대부분은 그가 당한 것이었다.
누구와 헤어지는데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왜냐면 그럴 만한 자격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