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접시
전자레인지에서 그릇을 꺼내려다
손가락을 데었다
배고픔에 서툰 손이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신의 손이 아담에 닿으려는 순간
인간은 흠칫 놀라지 않았을까
저 불타는 손가락
몇 번 거절을 당하고서야
세상 뜨거움을 잊은 걸 깨닫는다
나는 그저 차가운 접시였을 뿐
천사들이 짓궂게 보고 있는 가을
데인 손가락으로 망설인다
앞으로 더 내밀 수 있을지
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었다. 이건 부모 형제들이 죽은 이후의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친구들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하나둘 사라진 후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어쩌면 몇 번의 기대가 무너져진 후의 일인 듯싶기도 하다. 전혀 거절을 예상 못 했던 일들이 너무도 차갑게 거절당하면서, 그는 큰 내상을 입었다.
그 이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서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는 출판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책을 기획하거나 쓰는 일을 주로 했다.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