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산책하러 나간 건 우연이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온 후 매우 바빴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늦가을에 짐을 옮기고 곧 눈이 오고 길이 얼더니 겨울이 되었다. 그 집은 그가 작업을 하려고 구한 곳이고, 밥벌이는 다른 도시에서 해야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봄이 되었을 때 그는 더 바빠졌다. 프리랜서였기에 일거리가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 했다. 이러다가도 한꺼번에 일이 끊긴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두 곳을 오가며 일에 매달렸다.
피곤한 몸으로 낡은 자동차를 끌고 돌아오다가 집 앞에서 조금만 나가면 아름다운 강변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집에 도착하면 쓰러져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일은 쉽지 않았고, 언제나 손해가 나는 변수들이 잠복하고 있었다.
여름이 되자, 그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시달렸고 친한 사람들을 잃었다. 전기세를 엄청나게 내야 하는 더위가 두려워 더욱 열심히 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