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살아있니?”
속삭이는 소리에 그는 깼다. 아직 한밤중이었다.
“벌써 불려 갔어야 했는데….”
유리창에서 신경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긴 손톱으로 긁어대는 것 같은.
외딴집에 살았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들을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찾아왔을 때,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저물녘이었다. 그는 너무도 태연하게 문으로 들어왔다. 잘못이라면 문단속을 안 한 나에게 있었다. 종일 비가 처연하게 와서 문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비를 구경한 것이다.
며칠 전 자살한 친구 때문에 마음이 심란했다. 유족인 아들은 그를 화장한 뒤 조문도 받지 않고 유골을 가지고 자기가 사는 인천으로 떠났다.
필시 말 못 할 사연이 있을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예전에 ‘호식총’ 같은 이야기.
산골인 이곳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호환이 많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유해를 수습해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하고 뼈를 묻었다. 그리고 무덤 위에 시루를 뒤집어 놓고 쇠젓가락을 쫓았다. 창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