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렬한 가을
원고 마감 지난 아침 비 온다
은근슬쩍 정선 아리랑이
잠속으로 들어온다
어제까진 여름이라
선풍기 틀고 잤는데
가을은 하룻밤 만에 온다
빚 갚는 날짜처럼
정확하다 나만 빼고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간다
창밖에 젖은 대추나무
우리는 무더위 속에서
열매를 견뎠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평생 묶여있는 개가 짖는다
사마귀라도 본 걸까
오늘은 원고를 보낼 것이다
가을비처럼
나도 오래된 노래다
‘오늘은 마쳐야지.’ 하는 다짐이 벌써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쟁이의 버릇 중 하나가 원고 마감 시간이 되어야 글이 써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한이 한 달이든 일주일이든 별 상관이 없습니다. 글은 어차피 마감 전날 마무리되니까요.
물론 무책임하게 내팽개치는 건 아닙니다. 머릿속에선 그 원고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지요. 아마도 딴짓하거나 잠을 자고 있을 때도 무의식은 계속 글을 쓰고 있겠지요.
저는 글을 빨리 쓰는 것으로 소문이 나서(많은 오해가 있는 평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