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보고 누웠을 때 당신의 심장은 아래로 쏟아지고 내 심장은 쏟아지는 세상을 받아냈는데 내 팔베개에서 자꾸만 강물이 흘러 당신 귀는 깊이 잠들지 못했네 내 피가 실어 나르는 복숭아 꽃말을 다 듣고 있었네 그때 나는 벌써 죽은 사람이었고 당신은 살아서는 다시 못 꿀 꿈처럼 가엾이 아름다웠네
고은 시인의 구순을 기념하는 헌정 문집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만년에 그늘이 끼어 조용히 살고 있지만, 노시인의 구순을 기념하는 헌정식은 작지 않게 치러졌습니다. <그리움 너머 그가 있었네> 라는 제목의 그 책에 저도 시 한 편 실었습니다.
그 절
전윤호
산속에서 길을 잃었네 분명 그곳에 있지만 길이 지워졌지
지나가는 천둥번개일까 안내판은 보이지 않고 숲은 닫혀 있었네
산이 있으면 길이 있고 끄트머리에 매달린 암자도 있는 법 날이 저문다 해도 가겠네
초롱꽃 한 무더기 마음을 밝히면 산짐승 으르렁대는 저 어둠 너머 스스로 반기는 풍경 소리 들리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