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식은 후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이른 눈이 내리고
너와 나 사이의 대추야자 나무가 마르기 시작했다
창문을 덜컹이며 모래바람 불고
집은 무덤 속 현실이 되고 있다
밤이면 새어나오는 내 속의 파도소리
흔들리는 흰 돛배
나직이 구령 맞춰 노 젓는 소리
이제 나는 미라가 될 것이다
말없는 사공들이 늘어서 기다리는 배 한 척 오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빈 사원만 지었구나
살아있는 사람들은 진흙집에서 체온을 나누는데
우리는 싸늘한 설화석고 속에서 말라 가는구나
왕가의 골짜기에 무덤이 하나 더 늘고
밤하늘엔 반짝이는 천 년의 이별
할 수만 있다면
내세의 환생보다
어제로 돌아가고 싶구나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세요.”
그는 가족들에게 의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비록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오래 병석에 있는 처지였지만 이상하게도 아프면 아플수록 주변의 상황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의사가 방을 나가고 부인과 자녀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듣고 있는 그의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