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르는 사람이 있는 자리는 피한다. 내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적어도 그들은 내가 남들과 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의 괴팍함을 이해해 준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내가 가진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원고를 번역하는 번역가인데 내가 번역하는 언어는 서아프리카의 고산지대에서 쓰이는 ‘스롱가 어’이다. 이 말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인 셈이다.
스롱가 어가 쓰이는 지역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이렇다 할 문화도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한 문화를 자신들 만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스롱가 어를 쓰는 지역도 나름의 수준 높은 정신문화가 있었고 어쩌다 그곳 출신 소설가가 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덩달아 나의 몸값도 수직 상승했다. 어쨌거나 그 말을 한국어로 옮겨줄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니까.
오늘도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미팅 자리에 나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영화제작사 관계자에게스롱가 작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