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에 관심이 생겼다. 주인에게 사랑을 주는 개나 고양이는 얼마나 귀여운가. 밤낮없이 찾아오는 뜬금없는 외로움도 물리쳐 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했던 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좁은 공용 주택에 살고 있었고 반려동물은커녕 제 한 몸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반려동물은 슬픔이었다. 얼마나 좋은가. 슬픔은. 일단 어린 시절부터 접해 그 생태를 너무 잘 알았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때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그는 슬픔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픔은 돈이 들지 않았다. 재워야 할 집도 먹여야 할 사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종일 비가 내리는 우기에 문 앞에 의자를 놓고 하염없이 비를 바라보다가 문득 외롭다고 느낄 때, 슬픔을 부르는 것이다. 부를 때 입을 열어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지나간 일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슬픔은 꼬리를 치며 그의 가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