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인입니다만 사실 시인은 소설이나 동화를 쓸 때, 다른 면허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문에 수필을 다년간 연재하기도 했고 소설도 몇 번 연재 했지요.(소설 성격상 가명을 썼으므로 검색해봤자 안 나옵니다) 소설가가 시집을 내면 뉴스에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되지만 시인이 소설을 내는 것은 그렇지 못할 정도로 자주 있는 일입니다. 물론 시와 소설을 다 문학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요. 그 경우 우리는 문호라고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저는 문호는커녕 시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해 십 년의 습작기와 삼십여 년의 시인 생활 내내 고통받았지만, 사실 쓰고픈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 ‘더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회자되었는데요. 학창 시절의 괴롭힘이 평생의 복수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고 저 역시 남에게 맞고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