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쓰는 편지
쓸쓸하니까
최돈선
쓸쓸하니까 사람들은
아무나 만난다
거리에 담 모퉁이 새점을 치고
가여운 오백원짜리 새가 물어다 준
행복이란 운명을 호주머니에 넣는다
점괘에 적힌
오렌지빛 하늘을 믿으며 믿으며
반드시 희망은 있으리라고
남쪽으로 간다
오늘은 쓸쓸하니까
무덤도 별이 된다
아무나 만나서 슬픔의 어깨를 구부리고
그대 가슴에 키운 새여
눈물은 마른 것이 아니라 흘러간 것임을
안다
뿔뿔이 흩어진 이름들을 모아 시를 짓고
시는 부질없으매 찢어 버린다
바람에 날리는 사랑아
종이비행기를 접어 쓸쓸하니까 별이 되라고
별이 되어 누구든 기억하라고
스승의 날이 왔습니다. 저에게 시를 배우는 학생들도 춘천에서 모여 회식을 하기로 했지요. 따지고 보면 별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쑥스러운 일입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 춘천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한 건 그곳에 고모가 살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정선에서 중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강원도 내에서 유학하려면 강릉이나 원주, 춘천으로 가야 했지요.
아버지는 좋은 대학 가라고 보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