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오백몇십 미터짜리의 그리움
보았다
함백산에 올라가
천오백 몇 십 미터 꼭대기에서
천 년을 낮은 키로 살아온 주목들이
숲을 이룬 것을
사람 사는 마을은 온통 안개 속인데
영월로 태백으로 갈라져 가는 만항재
무엇이 서러운지 눈물 흘리며
포장을 덮어 쓴 화물차가 지나가고
꽃들은 아직 피지 않았다
사방에서 바람이 분다
오래된 기억처럼 멀리 팔을 돌리는 풍차들
사람이 보이지 않는 레이더 기지에
누런 개 한 마리 대문을 지키고
하산이 두려운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잊지 못한 사람처럼 아래를 보며 앉아 있다
내려가야지
정암사에 들려 물 한 모금 마시고
사북에 가면 오래 못 만난
친구도 불러야지
노을이 재촉하는 저녁
내 천 오백 몇십 미터짜리
무너지지 않는
그리움을
한 십여 년 만에 함백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만항재와 정암사를 품고 있지요. 그곳 날씨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두 번째는 그 안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