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아이
강에서 태어났지
산꼭대기에도 흐르는 강
그 소리에 잠들고
그 소리에 깼지
바람과 물은 소리가 달라
바람은 뒤돌아보지 않지만
강은 배를 끌며 나가지
도시로 떠내려간 뒤에도
항상 물소리를 들었네
하류배들 밑에서 일할 때도
재바른 놈들에게 떠밀릴 때도
달도 없는 밤
반지하를 삼키는 비가 오면
강은 지하에도 흘러
자장가를 불러주었네
바다까지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바위로 주저앉기도 하고
벽에 갇혀 썩어가기도 하지만
아직 아이는 흐른다네
배를 끌며 시궁창을 지나
바다로 가고 있다네
시 공부를 하는 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부딪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며 지켰던 원칙들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는 ‘시의 화자는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것을 밝혀서는 안 된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요즘 독자들은 나이를 앞세우면 꼰대라 생각해 시를 읽지도 않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뭐 나 때는… 이런 거지요.
저는 시가 타인과의